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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연구소

재미있는 한국사 - 조선시대 이래 민간에 널리 유포되어온 예언서

by 정보문지기 2020. 7. 29.

정감록 [ ]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예언서이다. 여러 가지의 감결류()와 비결서()의 집성이며 이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정감록≫에 포함되는 문헌으로는 각종 이본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감결을 비롯하여, 삼한산림비기()·화악노정기()·구궁변수법()·동국역대본궁음양결()·무학비결()·도선비결()·남사고비결()·징비기()·토정가장비결()·경주이선생가장결()·삼도봉시()·옥룡자기() 등 수십 가지가 있다.

 

≪정감록≫의 저자나 성립 시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확실한 것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감록≫은 반왕조적이며 현실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조선시대 이래 금서에 속하였으며 민간에 은밀히 전승되어 왔다.

작자를 정감() 혹은 이심()이라고 보기도 하나, 이는 ≪정감록≫이 정감과 이심의 대화형식으로 서술된 까닭에 그렇게 보는 것이며, 이들은 전설적인 인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정도전()이 조선 왕조의 역성혁명을 합리화하고 민심을 조작하기 위하여 저술하였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정감록≫이 한 사람의 인물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내용이 다양한 수십여 편의 비결류의 집성이라는 점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형식면에서도 예언설·참요()·역수()의 풀이나 풍수지리설에 의한 해석 등이 다양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사상도 유교의 외도()나 도교 및 참위설·음양오행설의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정감록≫이 만들어지고, 민간에 숨겨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반왕조적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사회 변동의 와중에서 몰락한 양반들이 풍수지리설이나 음양오행설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왕조 교체와 사회 변혁의 법칙을 우주론에 입각한 운세()의 법칙과 결부시키려 하였다고 하겠다.

 

또한, ≪정감록≫은 억눌림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쇄된 것이 아니라 사본으로 수전()되어 내려왔으며, 그동안 이들에 의하여 첨삭이 가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어떤 이유에선가 ‘정감록’은 말해와 양해에 아주 특별한 경사가 일어나리라고 예언한다.

보다 정확히는 ‘무학비결’에 “진사(辰巳)년에 그대는 어디로 갈 것인가?
오년과 미년엔 즐거움이 크리라.”고 했다.

이미 태종 14년(1414) 경상도 보천 출신의 파계승 김을수가 태종을 위해 조작한 예언서에도 “말해와 양해에 뜻을 이룬다(午未志上)”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따져 보면, 태종이 즉위한 해는 경진(1400)년이나 그때는 정세가 몹시 불안정했다.

왕위를 빼앗다시피 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가 태종 2년 임오년 또는 그 다음해 계미년이 되면 왕권이 비로소 안정됐다고 평가될 만하다.

예언가 김을수는 바로 그 점에 착안해 말해와 양해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뱀이 자라서 용이 돼야 제격


이와 전혀 다른 풀이도 아마 가능할 것이다.
멀리 10세기 초부터 전해오는 한 가지 예언이 있다.‘고경참’에 “뱀해 중에 두 용이 나타날 것이다.”
(於巳年中二龍見)라고 했다.

여기 언급된 두 용은 다름 아닌 태봉의 궁예 왕과 고려 태조 왕건으로 해석되는 것이 보통이다.‘용안(龍顔)’이니 ‘용상(龍床)’과 같은 표현에서 보듯 용은 임금을 위해 사용되는 특별한 상징이었다.
그런데 궁예와 왕건이란 두 영웅은 뱀해에 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뱀해에 즉위하지도 않았다.
이 경우 뱀해에 성인이 등장한다는 예언은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하나의 상징이었다.
이런 상징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어, 다른 어떤 역사적 사실보다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뱀이 오래 묵으면 언젠가 용(龍)이 된다는 속설이 있다. 아무리 설화라도 모든 뱀이 다 용이 되지는 못한다. 용이 되려다 실패한 뱀을 고대 한국인들은 이무기라 불렀다.
상상의 동물인 이무기는 머리에 뿔이 나 있고, 몸통엔 4개의 발이 있다. 가슴은 붉고 등에는 푸른 무늬가 있다는데 그 옆구리와 배는 부드럽기가 비단 같다 한다.

이무기는 눈썹으로 교미하여 알을 낳는다고도 하는데, 때를 놓쳐 뜻을 이루지 못한 영웅호걸에 비유된다.
뱀이 큰 뜻을 품은 영웅이라면, 용은 이미 그 뜻을 이룬 왕을 가리킨다.

고대로부터 한국에 널리 퍼져 있던 상징의 법칙에 따르면, 영웅은 모름지기 뱀해에 태어나야 했다. 아마 그와 유사한 믿음에 근거한 것이겠지만,

중국에선 큰 인물이 되려면 용띠라야 한다는 관념이 보편적이다.21세기를 맞이하는 서기 2000년은 마침 용해였다.

그 해에 중국에선 아들을 낳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물론 용띠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조선시대 후기까지도 용띠보다 뱀띠를 더욱 선호한 흔적이 없지 않다.

용은 맨 처음부터 용이 아니라 뱀이 자라서 돼야 제격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왕은 뱀 또는 용해에 등극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1∼2년 뒤인 말해나 양해가 되면 완전히 제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일찍이 태종 때 김을수가 말해나 양해에 뜻을 이룬다고 한 예언이나,‘무학비결’에서 “진사(辰巳)년에 그대는 어디로 갈 것인가!

오년과 미년엔 즐거움이 크리라.”라고 한 것은 다 그런 한국의 문화적 나이테 위에 쓰인 것이다.17세기 말에 유행하던 제목 미상의 어느 예언서에도 비슷한 구절이 포함돼 있었다.

“진년(辰年)과 사년(巳年)에 성인(聖人)이 나와 오년(午年)과 미년(未年)에는 즐거움이 대단하다.” 이미 살핀 것처럼 ‘무학비결’은 조선 말엽에 저술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미 그보다 200∼300년 전부터 그와 비슷한 구절이 각종 예언서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서울신문
네이브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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